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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퍼즐러들

요시유키 니노미야(Yoshiyuki Ninomiya, 二宮 義之)가 누군지 아시는 분 별로 없을 것입니다.

퍼즐러 갱은 작년 IPP30 행사에 참가했을 때 오사카(Osaka)에서는 1인실에서, 하코네(Hakone)에서는 4인실에 묵었습니다.
하코네 호텔에서 4인실에 묵은 것이 특이한데, 룸메이트는 행사를 주관하는 기관에서 배정해 주었습니다.
물론 일괄 배정 전에 참가자들이 개인적으로 룸메이트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서로 요청하면서 룸메이트를 정할 수가 있습니다.
퍼즐러 갱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그저 배정해 주는 사람들과 이틀밤을 보냈습니다.

나머지 세명은 모두 일본인이었습니다.
한명은 퍼즐 전문 수집가, 다른 두명은 퍼즐 디자이너이면서 수집가였습니다.
퍼즐 디자이너이면서 수집가인 두 분은 IPDC(국제 퍼즐 디자인 대회)에 자신들의 작품을 출품한 상태였구요. 
다들 나이 지긋한,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이었습니다.
전문 퍼즐 수집가인 분도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었는데 자신의 집에 있는 퍼즐 소장품 사진을 보고 퍼즐러 갱 정말 놀랐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퍼즐들로 집이 가득차 있었거든요. 집안 구석구석 거의 모든 곳이 퍼즐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서로들 처음 만나 인사하고 가볍게 차한잔 하는데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입니다.
키는 작지만 어딘지 모르게 강한 포스가 느껴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룸메이트인 세 분의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깍듯한 예우를 갖추며 환대를 하는 것입니다.
거의 싸부 모시듯이 말입니다.
아울러 그 사람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 보였습니다.

소개를 받고 나서야 그 사람이 바로 요시유키 니노미야(Yoshiyuki Ninomiya, 二宮 義之)였던 것을 알았습니다.
퍼즐러 갱은 IPP30에서 처음 그 이름을 들었으며, 그분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일본 퍼즐 세계에서는 대단한 추앙을 받는 인물이더군요.

세 분의 룸메이트들이 퍼즐러 갱보고 'You are very lucky.'라고 연신 말하더군요.

퍼즐러 갱이 느낀 요시유키 니노미야의 분위기는 외모상의 강한 포스보다는 의외로 부드러운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아울러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강한 열정과 자부심이 느껴지더군요.

예를 들어 룸메이트 한명이 자신이 구입한 일본 퍼즐 상자를 보여주니 한참동안 요모저모 꼼꼼히 살펴보더니,
여기는 잘 만들었고, 여기는 실수가 있고, 여기는 매끄럽고, 여기는 어색하고 등등등 평을 하더군요.

아래 사진은 그가 퍼즐러 갱에게 친히 그가 사인을 하여 선물로 준 요세기입니다.
(요세기 공법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은 예전에 퍼즐 종류 코너에 올린 글인 일본 퍼즐 상자(Japanese Puzzle Box)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맨 왼쪽에 있는 것은 호텔 룸에서 퍼즐러 갱에게 개인적으로 사인을 해서 준 것이고,
가운데와 오른쪽 것은 행사 참가자 전원에게 기념품으로 나누어 준 것입니다. 그의 이름중 하나인 義자를 일종의 약관으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IPP 정식 행사 중에 요시유키 니노미야가 하코네 지방을 대표하여 제리 슬로컴(Jerry Slocum)에게 감사장을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그 감사장은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사실 맨 처음에 퍼즐러 갱 약간 당황했습니다.
요시유키 니노미야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 지라, 이 사람이 그 유명한 제리 슬로컴에게 상장을 주고 있으니 말이죠.
마치 고등학교때 교장 선생님이 학생에게 상장을 부여하듯이 말이죠.
퍼즐러 갱에게는 약간 어색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현재 일본의 가라쿠리 창조 그룹(Karakuri Creation Group)의 회장이기도 합니다. 
위의 감사장을 자세히 읽어보면 가라쿠리 크리에이션 그룹 회장 명의로 제리 슬로컴(Jerry Slocum)에게 감사장을 수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감사장과 함께 요시유키 니노미야가 제리 슬로컴에게 준 선물입니다. 현존하는 일본 퍼즐 상자(Japnaese Puzzle Box) 중에서 가장 많은 움직임 횟수(1,536회)가 필요한 퍼즐이라고 합니다.
(물론 사이즈는 아래 사진 속 일본 비밀 상자보다 큰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퍼즐을 웨이화 황(Wei-Hwa Huang)이 제리 슬로컴과 협업하면서 풀어낸 뒤에 다들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입니다.
우측의 검정 정장과 넥타이의 주인공이 바로 요시유키 니노미야입니다.

 

 


그는 16세 때부터 일본 퍼즐 상자(비밀함)을 만들어 왔다고 하더군요. 현재에 이르기까지 50여년간을 일본 퍼즐 상자만을 만들어 온 것이지요.
아버지가 하시던 일을 가업으로서 물려받았구요.
그러던 그는 20대 젊은 시절에 과거의 전통적인 일본 퍼즐 상자와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퍼즐 상자(비밀함)를 많이 개발했다고 합니다.
외관도 단순히 육면체 박스 형식에서 탈피해서 다양한 모양을 추구했구요.
내부의 구조도 과거의 천편일률적인 메커니즘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을 많이 도입했다고 합니다.
현재 가라쿠리 크리에이션 그룹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아키오 카메이(Akio Kamei)도 요시유키 니노미야의 제자였다고 합니다.
요시유키 니노미야는 1981년에 개인전을 최초로 연 뒤에 꾸준히 개인전을 개최했습니다.

하코네 지역 박물관(Hakone Local Museum)에 그의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더군요.
그가 만든 퍼즐을 보니 퍼즐러 갱이 생각하기에 정교한 마무리, 번뜩이는 아이디어, 다양한 모양, 나무 고유의 색상을 활용한 그림 등등등 참 대단하더군요.
(불행히도 퍼즐러 갱 하코네 지역 박물관 인터넷 사이트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의 작품을 인터넷 상으로나마 감상할 수 있으면 매우 좋으련만....)

하코네 지역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자신의 퍼즐 작품을 실제로 시연하면서 설명하는 요시유키 니노미야의 표정이 지금도 선합니다. 자신감+겸손함+즐거움+순박함+근엄함 등 다양한 이미지가 섞여 있는 묘한 표정이었습니다.

(출처: Brian's Damn Puzzle Blog)

퍼즐러 갱은 위 사진에서 보이는 퍼즐에 완전히 빠져버렸었답니다.
규모도 크지만 그 구조가 하도 신기해서 아무리 비싸도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새로 똑같은 것을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안만든다고 웃으면서 말하더군요.

아무래도 이렇게 중요한 인물이다 보니 퍼즐러 갱의 로망인 퍼즐 박물관(www.puzzlemuseum.com)에서도 그를 위한 별도의 페이지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바로가기 --> http://www.puzzlemuseum.com/puzzles/opn/ninomiya.htm)
퍼즐 월드에서도 그를 위한 별도의 페이지가 있습니다.
(바로가기 --> http://www.puzzleworld.org/PuzzleWorld/toc.asp?t=_des/yn001.htm&m=des/yn000.htm)

아래 사진은 퍼즐러 갱이 요시유키 니노미야와 함께 IPP 만찬 때 찍은 사진입니다. 

 

어떻습니까? 콧수염으로 인해 포스가 느껴지지요?

마지막으로 그가 만든 퍼즐을 감상하기 위한 사이트를 알려드립니다.
바로 '가라쿠리 크리에이션 그룹' 홈페이지입니다. 
-->http://www.karakuri.gr.jp/creation/ninomiya/ninomiya.htm

하코네 지역 박물관은 일반 관광객이 잘 찾지 않는 박물관입니다만,
혹여 퍼즐에 관심이 있는 분이 일본의 온천 휴양지 하코네를 여행하실 일이 있을 경우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요시유키 니노미야의 많은 퍼즐을 볼 수 있습니다.
하코네 유모토(Hakone Yumoto)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이내에 있으며, 하코네 타운홀(Hakone Town Hall) 바로 앞에 있습니다.

이번 글 이후부터는 'Karakuri Creation Group'을 '퍼즐 창작 연구회'라고 불러야겠습니다.
일단 가라쿠리라는 일본어가 대중적이지 못하며 실제로 이해하기도 어렵고, 크리에이션이라는 영어와 창조라는 표현 보다는 창작이 더 좋을 듯 하고(자기네도 그렇게 쓰고 있고), 그룹 대신에 연구회라는 표현을 일본인 당사자들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인 본인들은 '가라쿠리 창작 연구회'로 쓰고 있지만 퍼즐러 갱은 앞으로 이것을 '퍼즐 창작 연구회'라고 바꾸어 사용하겠습니다. 

오늘도 해피 퍼즐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