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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마술같은 마방진

마방진 뒷 이야기 22: 양휘 (楊輝, Yang Hui) 의 4차 마방진

이번 포스트에서 소개할 마방진은 중국의 양휘 (楊輝, Yang Hui, 1238~1298) 라는 사람이 만든 마방진입니다. 

중국 남송 시대의 수학자였던 양휘는 1275년에 양휘산법 (楊輝算法) 이라는 수학책을 지었습니다.
양휘산법에는 곱셈과 나눗셈 등의 기본 규칙과 계산법을 설명한 것으로부터, 이차방정식과 연립방정식 등 복잡한 내용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문적인 수학 서적이라기보다는 실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될만한 문제와 계산법 등을 수록하였기 때문에 일종의 계몽서로 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당시에 초미의 관심사였던 농지 측량법, 면적 계산법 등을 다루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퍼즐러갱이 이런 수학책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 양휘산법이라는 책에 다양한 형태의 마방진이 소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 흩어져 있던 여러 종류의 마방진을 정리했으며, 양휘 자신이 만든 마방진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좀더 엄밀히 말하면 마방진을 제시한 책으로는 중국에서 최초의 책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3차(3행3열) 마방진에서부터 10차(10행10열) 마방진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4차 마방진만 놓고 보면,
예전에 '마방진 뒷 이야기 3: 알브레히트 뒤러 (Albrecht Durer) 의 마방진 총정리' 포스트에서 소개해드린 알브레히트 뒤러 (Albrecht Durer, 1471~1528) 의 마방진(1514년 작품)보다 정확히 239년이 앞섭니다.
상당히 놀라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양휘산법을 조선시대 우리나라 선조가 목판으로 번각(飜刻)합니다. (번각: 어떤 책을 목판에 뒤집어 붙인 뒤 보이는 글자대로 새긴 판본)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세종 15년(1433년) 이전에 1백건을 번각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1378년에 중국의 근덕서당이라는 간행소에서 간행된 것을 번각했다는 것을 밝히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앞서 양휘산법은 최초에 1275년에 발간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국내 목판본에서는 1378년이라고 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죠?

이것은 최초의 원본과 목판본의 발간 차이에서 비롯합니다.
즉, 양휘는 수기로 직접 1275년에 책을 짓고 나서,
100여년이 지난 뒤 후세에 의해서 목판본이 발간된 것입니다.
그리고 100여년이 지난 뒤 발간된 목판본을 기초로 다시 우리나라에서 번각본을 발간한 것이 1433년 즈음이고, 그 이후에 다시 번각본을 발간한 것이 위에서 본 사진입니다.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구요.
다소 복잡하기는 하지만 이제 이해가 좀 되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양휘산법 원본이 중국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양휘산법 목판본은 역사적/서지학적 의의와 희소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보물 제1755호로 문화재청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자 아래의 사진이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양휘산법입니다.

아이고~~
별 재미없는 서설이 너무 길어졌군요.
자 이제 본격적으로 양휘의 마방진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양휘산법에는
3차 마방진 1개
4차 마방진 2개
5차 마방진 2개
6차 마방진 2개
7차 마방진 2개
8차 마방진 2개
9차 마방진 1개
10차 마방진 1개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알브레히트 뒤러의 마방진과 동일한 차수의 마방진인 4차 마방진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양휘산법에는 4차 마방진이 2개 소개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화십육도(花十六圖)라고 표현했으며, 다른 하나는 음도(陰圖)라고 표현하며 제시했습니다.
화십육도는 아래와 같습니다. 

화십육도(花十六圖)

화십육도의 매직 상수는 34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가로든 세로든 대각선이든 4개의 숫자를 합하면 모두 34가 됩니다.

음도는 아래와 같습니다..

음도(陰圖)

음도의 매직 상수는 136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화십육도와 음도를 자세히 보면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화십육도의 1행은 음도의 3열로,
화십육도의 2행은 음도의 4열로,
화십육도의 3행은 음도의 1열로,
화십육도의 4행은 음도의 2열로 바뀐 것입니다.

그리고 음도를 보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마방진이라는 느낌이 자꾸만 듭니다.
그렇습니다.
다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아래와 같은 알브레히트 뒤러의 마방진과 매우 유사합니다.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 의 마방진

(알브레히트 뒤러의 마방진에 대해서는 '마방진 뒷 이야기 3: 알브레히트 뒤러 (Albrecht Durer) 의 마방진 총정리' 포스트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양휘의 마방진과 알브레히트 뒤러의 마방진을 비교해보면 2열과 3열의 순서만 서로 바뀌었을 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양휘의 4차 마방진 음도의 2열이 알브레히트 뒤러의 4차 마방진 3열로,
양휘의 4차 마방진 음도의 3열이 알브레히트 뒤러의 4차 마방진 2열로 바뀐 것 뿐입니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마방진은 1514년에 탄생한 것이고,
양휘산법은 1275년에 저술된 것으로서,
동양의 마방진이 서양의 마방진보다 239년 앞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괜시리 어깨가 으쓱해지는 순간입니다.

에고.
오늘은 여기에서 그만 마쳐야겠네요. 피곤하네요.ㅜㅜ

오늘도 해피 퍼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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