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러 갱은 퍼즐 수집가입니다. 퍼즐 수집가라고 하니 왠지 거창해 보인다면 걍 퍼즐을 수집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수집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볼 때가 있습니다.

수집과 관련한 표현으로는 매니아, 수집가, 헌터, 컬렉터 등 다양합니다. 또는 꼭 수집과 관련한 것은 아니지만 특정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일본어인 오타쿠, 그리고 오타쿠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변형된 오덕후, 백덕후, 천덕후, 억덕후, 무한덕후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그런데 퍼즐러 갱은 위 표현 중 뭐라 불려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남이 퍼즐러갱을 뭐라 부르는 것보다는 퍼즐러갱 저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굳이 위 표현들의 차이점에 대해서 논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어느 표현이든 모두 하나의 공통 분모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관심 입니다.
관심이 없을 경우 이런 행위가 불가능하고 그런 표현도 붙이기 어려워지지요.
문제는 관심의 정도일 것입니다.

솔직히 퍼즐러갱 때로는 관심의 정도가 도를 지나쳐 집착이나 도착은 아닌가, 중독은 아닌가, 탐닉은 아닌가, 단순한 소유욕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약간은 불안한 느낌이지요.
집착, 도착, 중독, 탐닉, 단순 소유욕 등은 누가 뭐래도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잖아요.
퍼즐러 갱은 관심의 정도에 있어서 과연 어느 수준이 적절한 수준인가 하는 고민에 빠져 봅니다.

그래서 거창한 표현인 것 같지만 수집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을 해보기 시작했죠.
다양한 사람들의 수집에 대한 의견이나 정의를 퍼즐러 갱이 평하기는 어려울 듯 하여 그냥 나열식으로 소개만 해보렵니다.
독자 여러분들 스스로 어느 정의가 가장 적절한 것인지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그냥 판단할 것 까지는 없고 그저 다양한 관점을 조망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어느 한 분야에 대해 취미 이상으로 파고 들다보면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경계가 무한히 넓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경계에서 멈추느냐 마느냐가 바로 탐닉의 수준을 결정하는 척도이다.
경계를 넘어서면 주위 사람들의 손가락질도, 통장의 잔고도 자연스럽게 무시할 수 있다.
이 정도 되면 '지름신'도 확실한 것에만 내린다. 오직 탐닉의 대상만 눈 앞에 아른거릴 뿐이다.
탐닉이 나쁜 것인가? 아니다.
미쳐야 미친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수준에만 이르면 아주 사소했던 것도 크게 쓰일 때가 꼭 오는 법이다.
특히 수집에 있어서 수집 대상의 가치, 역사, 문화, 의미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잡혀 있다면 수집은 행복한 탐닉이 된다.
그래서 수집은 단순한 매집 또는 구매와 다르다.]

또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수집광들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로 집착하며 수집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수집은 물건을 버린다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란 막연한 믿음과 관련이 있다고 하네요.
그 물건에 매달림으로 인해 변하지 않고 안전할 것이라는 안도감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즉 과거를 보내기 두려워 그 과거를 상징하는 그 물건에 집착하고, 그걸 버리면 결국 자신의 일부를 버린다는 심리라고 합니다. 결국 막연한 두려움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수집: 기묘하고 아름다운 강박의 세계' 의 저자인 필립 블롬 (Philipp Blom) 은 이렇게 말합니다.
[수집품들은 대게 실용 가치를 잃는 대신 그 용도를 넘어선 의미와 특성을 부여받는다.
수집가들은 자기가 수집하는 물건에서 어떤 특별한 의미를 찾으며, 바로 이 의미가 그 물건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즉, 수집은 우리의 원초적 욕구, 원초적 공포와 밀접히 결부되어 있다.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강박의 세계이다.]

또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완결될 수 없고 종국에는 사라질 컬렉션을 향해 돌진하는 수집은 인간 실존의 부표이며, 모든 수집가는 진정 시시포스다.]

또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수집은 공허한 몸짓으로 공허를 가리는 것이다.]

또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수집에 대한 욕구는 심해지면 강박장애 로까지 이어지게 되는데, 자기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어떤 물건을 계속 모아다 놓는 행동은 사재기라고 흔히들 부른다. 사재기는 정신요법상의 의미로 어떤 것도 처분할 수 없는 강박증적 행동을 뜻하는데, 심하면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쓰레기와 배설물까지도 쌓아놓는 지경까지 이르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병적인 성적 관심과 수집욕이 결합하면 페티시즘이 생겨난다. 정신의학계에서는 사람이 아닌 물건, 신발이나 구두, 속옷 등에서 성적 만족을 취하는 형태를 페티시즘이라 부르고 구두와 속옷은 페티시라고 불린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남성의 페티시즘은 여성의 거세를 목격한 아이의 공포에서 시작한다고 주장하는데, 페티시즘 환자는 어머니에게 자신이 가진 음경이 결여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이 결여를 부인하면서, 페티시에서 어머니의 없어진 음경을 상징적으로 되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수집이란 고독한 사람이 영혼에 거는 최면이다.]

또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모름지기 열정이란 혼돈과 가까이 있는데, 수집가의 열정은 기억의 혼돈에 가까이 있다.]

'백화점' 책의 저자인 조경란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수집이란 그저 공허를 채우기 위한 행위일 수 있고, 세계를 자신의 구조 안에 담고자 하는 불가능한 욕망일 수도 있고, 소유욕에 지배당한 자들의 어리석은 행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상의 아름다움, 찻잔 하나, 설탕 한 조각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들어갈 수 없는 신세계가 거기다.
아름다움. 수집품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쓸모'가 아니라 '의미'에 있다. 그 쓸모없음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 거기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수집가의 눈과 발견이다.]

[수집이란 아름다움을 발견한 어떤 한 사물, 혹은 그 대상 속에서 자기의 본래 모습을 살펴보는 행위를 말한다. 누구에게나 무엇을 수집할 자유가 있지만 모두 같은 이유로 수집을 하는 건 아닐 것이다.]

또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수집이란...
단지 모으는데 그쳐서는 안된다.
그 수집에 영혼을 부여할 때만 그 수집은 가치가 있다.]

또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수집이란 쓸모없을 법한 것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 거기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즉,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히 '내가 의미를 부여한' "나"의 것에 몰입하는 것이다.] 

일본 민예운동의 창시자이자 우리나라에 조선민족미술관을 개설한 야나기 무네요시는 '수집 이야기' 책 속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수집은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아름다운 무언가를 찾으려는 마음이야 딱히 어느 누구라 할 것도 없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애초부터 존재하는 바이고, 내가 이런 식으로 물건을 수집하는 행위 역시도 인간의 마음의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요컨대 아름다운 대상, 존재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 본래의 진면목을 그 행위에서 찾아내고 또 그것을 다시 살펴보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내가 시도했던 수집도 내 마음의 발자취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수집품 하나하나는 나의 친근한 동반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은사이기도 하다.]

[수집이란 심리적으로는 흥미요, 생리적으로는 성벽(性癖)이다. 그런 이유로 수집이라는 행위는 인간으로 하여금 쉽게 몰두할 수 있고 열중할 수 있게 하며 지(知)보다는 의(意)와 정(情)이 더 작용하는 행위이다.]

[수집은 '제2의 창조 행위' 이다.]


또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컬렉터는 죽어도 컬렉션은 남기에 수집 욕구는 불멸 욕망과 대리한다.]

또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수집이 예술 창작과 공유하는 지점이 적지 않다. 희소성 탐닉, 비실용성 추앙, 새 문맥의 부가, 상징적 가치성 등이 수집과 예술 창작의 공통점이다.]

또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수집은 '개인의 추억'에 대한 욕망의 발현 또는 '독특하고 싶은' 욕망의 발현이다.
따라서 수집품만 보아도 수집가의 숨겨진 욕망을 살짝이나마 가늠할 수 있다.
수집에 있어 보여준다는 것은 단순히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수집의 목적, 그 자체가 되기 때문이다.]

또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나는 수집한다. 고로 존재한다. (I collect. Therefore I am)]

또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라면 사람들은
'리미티드 에디션' 이란 말이 상술임이 뻔한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를 그에 매혹당하도록 許한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인식 내지는 설득된 해당 자원의 희소성,
그 희소한 자원을 획득하여 자기 옆에 둠으로써 얻는 일종의 안도감,
그리고 구매, 소유라는 행위 자체의 낯간지러운 자본주의적 충만감,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중히 여기는 마음,
이런 것들이 어지러이 뒤섞이는 것이 바로
수집이란 행위와 그 행위가 가져다 주는 미묘한 행동의 근원이다.]

또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수집이란 인간이 지닌 집착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꿔 수집이란 욕구로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정조 때의 학자였던 유한준이 당시의 컬렉터였던 김광국의 화첩 <석농화원(石農畵苑)>에 붙인 발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다고 합니다. 유홍준 교수(장관)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인용하면서 유명해진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말의 원 출처입니다. 예술품 수집에 대해 우리 조상들이 지녔던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알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참으로 감상하게 되며, 감상하다 보면 수집하게 되니, 그것은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

비평가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 은 이렇게 말합니다.
[수집가들은 지구에서 존재하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열정적인 바보들이다.]

[수집가는 촉각적인 본능을 가진 사람이다. 즉, 사물을 만짐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또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꼭 무언가가 비게 마련이므로, 그걸 알면서도 해안을 찾아 좌초하는 고래처럼, 수집광의 마음은 설레임으로 들뜬다. 지상에서 마지막 남은 순수가 존재한다면 나는 그것을 수집광의 영혼에 바치고 싶다. 그 미친 열정에.] 

또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수집은 개인의 삶이 녹아있는 보물인 동시에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또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수집이란 행위는 궁극적으로 '나'를 증명하는 일이다.]

'책을 너무 사랑한 남자' 의 저자인 앨리슨 후버 바틀릿 (Allison Hoover Bartlett) 은 책속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수집가의 욕망의 핵심에는 소장품에 대한 사랑만이 아니라, 소장품 때문에 존경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장품인 소유물이 자신을 드러내준다는 의식 말이다.]

[수집은 단순히 소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바라봄 자체가 일종의 열망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바라보게 되면 사로잡혀서 몰입하게 된다.]

퍼즐러 갱은 이렇게 말해 봅니다.
[어느 대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 관심으로 인해 행복감을 느끼면 그만이다.
물론 그 관심으로 인한 행복감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큰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 기회비용을 스스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면 문제가 없다.
예를 들면 특정 분야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지나쳐서, 자연인으로서의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이 망가질 정도이면 기회비용이 행복감보다 더 크다. 이런 현상은 주로 관심의 대상 이외의 모든 일에는 전혀 무관심하게 되는 수준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수집의 최종적인 대상은 그 물건이 아니라 행복감이다.]

[수집은 자기자신의 투영이다. 객관적인 대상을 통해 자신의 복제 인간을 보고싶은 욕망의 발현이다.]

[수집은 자신이 사랑하는 그리고 자신을 사랑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드는 대상과 함께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모두 수집가이다. 화폐라는 돈에 얼마나 집착하는가? 수집의 대상이 돈 대신에 다른 것이 되었을 때 수집가라는 표현이 뒤따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상 수집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이라기 보다는 수집에 대한 단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http://scandinavianvintage.co.kr/130045805885 사이트에서 퍼온 재미있는 일화를 하나 소개해 보면서 본 글을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미국의 스티븐 블룸버그 라는 희대의 책 절도범이 있었습니다. 그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의 도서관을 돌며 희귀본을 포함한 온갖 책을 훔치다가 1990년에 체포되었는데, 268개나 되는 도서관에서 무려 2만3천6백 여권의 책을 훔쳐 일명 '블룸버그 컬렉션' 을 만들었습니다.
FBI에 의해 잡히고 나서도 그는 '책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책이 좋아서 모았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과연 수집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란 어디까지인지 되새기게 하는 일화입니다.

하이고~~~
어찌어찌 하다보니 수집에 대한 정의, 의견, 관점, 시각 등에 대한 또하나의 수집이 되어 버렸네요.^^ㅋㅋㅋ
Posted by 퍼즐러 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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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uzzler PAM 2012.07.12 18: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왠지 이런거 보고 있으면 수집이라는 것이 참 신기해 보입니다.
    맞는 소리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수집은 제 생각으로는 역전 현상인거 같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결코 별다른 가치가 있을 수 없지만... 과하게 가치부여하는것. 그건 진짜 콜렉션 안 해 본 사람은 모릅니다. 게임하는 것과 비슷하다 할까요. 근데 게임이든 수집이든 결국 다 하고 보면 쓸때없는 짓 같죠.
    그리고 '돈을 수집한다'라는 말에는 좀 어폐가 있는듯 합니다. 왜냐하면 그건 각 나라 돈을 모으고 번호를 보고 모으는 등이 '돈을 수집한다'라는 개념에 가깝고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돈을 수집한다'가 아니라 '돈에 집착한다'? 뭐 그런느낌인 것 같습니다.
    다다익선이라고 하지요. 근데 수집은 다다익선이라기보다는... 종류별로 있어야 더 만족스럽지 않습니까?

  2. 지나가던 이 2012.08.23 18: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집에 대한 단상들 잘 읽고 갑니다. 마음에서 우러난 행위임에는 분명하나 어쩐지 모르게 그 마음의 근원이 불안과 닿아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퍼즐러 갱 2012.08.24 09: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ㅋㅋㅋ
      약간 그런 면이 있기는 합니다.
      퍼즐러 갱의 경우에 갖고 싶은 퍼즐이 있는데 그것을 손에 쥐지 못할 때는 불안감이 엄습하지요.
      그렇다고 해서 인생 자체가 불안한 느낌은 없습니다.^^